아무도 없다.

분류없음 2008.11.30 21:37

기르던 소가 하나 있다고 하자..

그 슬픈 눈동자와 우직한 근육과 가슴을
저미는 울음을 사랑한다고 하자.. 
딱딱하고 마른 고랑과 고랑사이에서 동지가 되고
저녁놀이 지는 냇가에서 친구가 되고
일용할 여물을 준비하면서 연인이 된다고 하자.


그러던 어느날......
소가 말을 한다고 하자...
말을 하기 시작한 소는 당신이 주인이기는 커녕
동지도 친구도 연인도 아니라고 한다고 하자
그래서 주인은 소를 버리고 소는 주인을 버리는
꼴 사나운 일이 벌어진다고 하자.


그럼 묻자....
밤마다 주인의 곰방대가 깊게 깊게 타들어가는 이유는
평생을 할 것 같던 일꾼을 잃어서 일까?
풍년에 대한 기대를 잃어서 일까?
아니면 자신의 무지와 안목에 대한 후회일까?
 
이도 저도 아니면 다시는 채우지 않으리라 작심한
그 텅빈 외양간 두마지기가
그 논뙤기보다,
마을을 덮어버리는 뒷산 그림자보다,
구름 한점 없는 오월의 하늘보다 더 커보여서 일까..?


Posted by 순~